나지막한 주택들의 붉은 기와와 벽돌 담 위로 차가운 밤이슬이 조용히 내려앉는다. 강서의 조용하고 투박한 옛 골목길은 세월의 더께가 아름답게 묻어나는 그리운 우리 이웃들의 소담한 삶의 아지트다. 삐걱거리는 나무 미닫이문 사이로 들려오는 조용한 도란도란 대화 소리와 은은한 백열전구 조명은, 차가운 도시 빌딩가에서 고단한 삶의 전투를 마친 이들에게 마음의 안식처 같은 포근함과 깊은 안도를 안겨준다. 가을 밤바람에 흩날리는 엷은 낙엽 냄새를 들이마시며 조용히 골목길을 소요할 때 우리는 깊은 사색에 젖는다.
골목길 구석진 상점가의 붉고 주황색 네온 불빛들은, 아스라한 청춘 시절 지인들과 겨울 밤거리를 쏘다니던 풋풋한 낭만의 기억들을 소록소록 일깨우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다. 그 골목 안쪽, 은은한 음악 소리가 울리는 어둑한 바의 입구에서 우연히 마주했던 강서 셔츠룸 모음 등 소박하고 따스한 손글씨 속 문구들은, 차가운 디지털 공간의 나열이라기보다 어쩌면 삭막한 세상을 이겨내는 이웃들이 밤이라는 무대에서 지친 피로를 나누고 온전한 유대를 나누던 따스한 쉼표들에 얽힌 아날로그 다이어리와 같았다. 그것은 지친 일상의 감옥에서 탈출하여 옛 벗들과 풋풋하게 술잔을 비우며 서로의 차가워진 손을 따뜻하게 여며주고 묵직한 추억을 가슴에 채우고 나오던 시절의 그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진짜배기 인간미에 얽힌 소회였다.
"가장 소박한 동네 뒷골목의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우리는 삶을 온전히 위로해 주는 아날로그식 온기를 만난다."
빛바랜 아날로그 골목길의 황홀한 밤 그림자를 가만히 밟으며 새벽 공기를 들이마시는 귀갓길은 참으로 평화롭다. 나지막한 벽돌 담벼락 한구석에 t3b04-gs-shirts-list 라는 나만의 조그만 기호를 남겨두며, 밤이 주는 포근한 안도를 가슴 가득 담고 오늘의 가을 골목 일기를 잔잔하게 끝맺는다.